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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강의 저자 '한강, 채식주의라'를 읽었다.

임중기 2024. 11. 27. 06:56

새 아침을 열며 (264)

 

노벨 문학상의 저자 한강,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근년에 책 한 권을 다 읽은 것은 오랜만이다. 노벨 문학상의 작품이라 끝까지 읽은 것도 있겠지만, ()이 책을 선물로 보내주어 다 읽었다.

그런데 세계 문학 평론가들의 극찬한 것과 같이, 여러 편의 장편 시가 들어 있었는데 일부분을 여기에 올린다.

 

(() 첫 장 첫머리!))

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죽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헤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분명 일행과 함께였던 것 같은데.

혼자 길을 잃었나봐.

무서웠어. 추웠어.

얼어붙은 계곡을 하나 건너서.

헛간 같은 밝은 건물을 발견했어.

거적때기를 걷고 들어간 순간 봤어.

수백개의 커다랗고.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기다란 대막대들에 메달려 있는 걸.

어떤 덩어리에선 아직 마르지 않은 붉은 피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어.

끝없이 고깃덩어리들을 헤치고. 나아갔지만 반대쪽 출구는 나타나지 않았어.

입고 있던 흰옷이 온통 피에 젖었어.”

 

나 자신은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결과론적으로 주인공은 위의 것들이, 트라우마로 인하여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이 되어,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채식주의자가 되고, 죽어가는 것을, 그리는 소설로 보였다.

 

(책 전체 끝장 시() 끝부분이다.)

그녀는 입술을 악문다.

불현듯 그날 새벽 걸어 내려오던 산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샌들을 적신 이슬이 맨발에 차갑게 스몄다.

그녀는 눈물 따위 흘리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덜너덜한 몸뚱이를 적시는 바싹 마른 혈관으로 퍼지는 그 차가운 물기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결코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이 다만 그녀의 몸속으로 뼛속까지 스며들었을 뿐이다. .......”

어쩌면 꿈인지 몰라 하면서. 꿈이면 좋겠다는 의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꿈이 아니다. “불현듯 그날 새벽 걸어 내려오던 산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잊을 수 없다고 한다.